전체 글11 말 그대로의 ‘일·생활 균형’을 위한 과제 [11월 광진포럼] 입사 초 매일의 상담이 황당과 당황의 경계에 있던 무렵, 파격적 전화를 받았다. 임신 중 근로시간을 단축한다하니 임금 삭감도 모자라 바닥의 ‘껌’을 떼라는 병원장의 지시. “임신 초 근로시간 단축은 법으로 보장될 뿐만 아니라 임금 삭감은 당연히 불가능하다!”고 말하면서도 임신노동자를 쫓아내려는 의도가 훤한 원장에겐 소용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내담자는 2달 후 종이 두 장을 쥐고 센터를 방문했다. 기존 근로계약서와 바뀐 근로계약서 각 1장, 삭감된 임금과 계약 기간을 명확히 하는 내용이 명시되었다. 법률 자문을 받아 작성된 근로계약서의 글자 단 몇 자로 노동조건이 바뀌게 된 내담자는 자녀 출생 무렵까지 몇 건의 통화를 더 해야만 했다. 임신 기간 마지막까지 악랄.. 2021. 11. 9. 도쿄올림픽 완연한 개인주의자가 됐다고 착각할 무렵, 헌법을 보고 눈물 흘리는 감수성에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 매번 열광하던 올림픽에 어째서, 왜, 흥미가 없었던 걸까? 답은 연애다. 좋아하던 누나의 소개로 초여름 소개팅을 했다. 문화생활이라고는 달에 한편 남짓 보는 영화가 전부(이것마저 코로나19로 넷플릭스가 대체했고)였던 터라 홍대 소규모 공연장에서 보잔 말이 상당히 부담됐다. 고리타분한 모습을 들키기 딱 쉬웠다. 걱정이야 좀 됐지만 막연히 홍대를 동경했기에 간단히 공연이나 보고 오자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상당히 무례하다. 처음 만난 그는 일요일임에도 업무 전화를 받으며 옆으로 쓱 지나갔다. 직감으로 '저 사람이다!'란 생각이 들었고, 맥주 한잔 하고 공연 보고 집에 가면 적당한 주말을 즐길 수 있겠다 싶었.. 2021. 9. 17. 가는 사람 맥주를 마셨다. 회사 들어와 두 번째로 한 회식. 서운할만치 회식이 없는 이 곳은 특별한 일이 있어야만 저녁회식을 한다. 2년여 같이 일했던 노무사님이 퇴사하신다. 속사정이야 다 알 수 없지만 여러 생각을 했으리라. 그 사정 중 하나가 임금 때문이라는 걸 아는 나로서는 쉽게 잡을 수도 없다. 결혼하기 전 매일 아침 1,5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사들고 왔던 그는 결혼하고 나서는 커피도 끊었더랬다. 길지 않은 직장생활이지만 본 중 가장 일을 잘 하고, 똑똑했다. 물론 이 느낌은 아마 몇 년을 더 일 하더라도 변하지 않을 테다. 유능한데, 배려심도 깊다. 첫 몇 개월은 진정성을 의심했을 만큼이었으니 말 다했다. 강의를 하면서는 상담했던 사례를 말하다 시간 조절을 못했다던 사람이었는데, 마지막 강의 역시 불합리.. 2021. 6. 25. 출퇴근길 구의역 출퇴근 길에 구의역을 지난다. 잠실 - 잠실나루 - 강변 - 구의역 - 건대입구로 이어지는 출근길은 참 아름답다. 면접을 보러 처음 회사로 가던 날, 2호선 열차가 지하에서 벗어나 한강을 비출 때의 짜릿한 감정을 잊지 못한다. 이런 회사라면 출퇴근길은 심심하지 않겠거니 스스로 생각했다. 그랬던 회사를 벌써 1년 반 가량 다니고 있다. 비가 유독 많이 왔었던 이번 여름에는 올림픽대교와 잠실대교 바로 밑까지 물이 출렁거렸고, 유독 추웠던 올 1월에는 한강물이 꽁꽁 얼었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한강 풍경을 뒤로하고 강변을 지나 구의역에 다다르면 뭉클한 마음이 앞선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구의역 사고는 최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면서 다시 부각"되어졌다". 노동계에 종사하는 나 또한 잊고 지냈던 .. 2021. 1. 14. 이전 1 2 3 다음